Joop's Grac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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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2009/11/25 10:27

상실의 시대에서 이질적 시간으로... "1Q84" 무라카미 하루키


2권의 마지막 페이지를 놓는 순간... '이건 책거리가 필요한 책이다'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월요일 밤부터 읽기 시작해서 화요일 저녁까지 꼬박 24시간에 가까운 시간동안 잠한숨 안자고 읽어내려 갔고, 결국 불면증을 얻었다.

하루키라는 사람을 처음 접했던건 군대시절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부대에서 읽을 책을 고르던중 우연히 손에 집어든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이 시작이었고 당시 작가별로 독서를 즐겼던 탓에 번역된 하루키의 모든 책을 섭렵했다. 우연이 역어준 인연치고는 영향력이 컸다. 제대 후에는 스스로가 금서로 여길만큼 하루키의 책은 중독성이 강했다. 같은 시절 접했던 오엔 겐자부로의 소설과 비교해보면 뭔가 숨겨진 의미가 있을 듯한 느낌은 같아도 읽는 내내 그리고 읽고 난뒤에 그 숨겨진 의미를 찾기위해 골몰하게 만들었던 오엔 겐자부로 소설에 비하자면 하루키의 소설은 말그래도 케세라...세라...였다. 의미따위는 크게 중요하지 않게 느껴진달까... 하지만 오엔 겐자부로 소설은 그 의미 찾기를 그만두는 순간 깨끗하게 머리속에서 지워지는 반면 하루키의 의미는 찾지 않으려고 한만큼 알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 머리속을 한동안 뒤덮곤 했다. 그의 책이 금서가 되고 (사실은 90년대 후반에는 그의 소설의 거의 나오지 않았다.) 자연스레 이어진 작가가 요시모토 바나나와 에쿠니 가오리가 되었다. 의미따위완 상관 없지만 지루하지 않은 전개, 존재하지 않을 듯한 세계관 등... 하루키의 느낌을 이어가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얼마전 그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버스가 알려줬다. (정확하게는 버스 외부 광고판) 내내 망설였다. 몇번 서점을 들러서 그 책을 손에 들었다 놨다는 몇번 반복... 결국은 무료해진 일상이 다시금 그의 책을 잡을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 그것도 두권... 값도 만만치 않다. 권당 14800원... 먼저 1권을 샀다. 혹시나 그냥 지겨워 내려놓게 되면 돈이 아까울것 같아서... 하지만 결국 어제 아침 10시 머리도 감지 않은 부스스한 몰골로 서점을 찾게 만든다.

이번 소설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질감"이다.

"1Q84"라는 처음 본사람은 분기정도로 해석하거나 혹은 글자를 잘못봐서 IQ84(지능 84)로 읽어버릴 소지도 있다. (나역시 처음에는 지능84인줄로 알았다.) 하지만 그 제목의 의미는 "1984년".(일본어로 읽으면 숫자 "9"와 알파벳 "Q"는 같은 발음이 나온다.) 제목의 의미를 알게된 순간부터 이질감을 느낀다. 일본은 "1984년"이라는 표현은 잘 사용하지 않는 대신 "소화 59년"이라는 연호식 표현이 훨씬더 익숙한 것으로 알고 있다.(일본드라마를 보면 년도를 처음 언급할때는 연호를 이용하고 외국인이나 어린애들에게 그것을 다시 서기로 고쳐 알려주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1984년도 모자라 하루키는 "1Q84"라는 생소한 그만의 이질적 연호를 만들어 내고 있다.

두번째 이질감은 사랑과 섹스에 대한 이미지애서 발견된다. 단한번 그것도 잠시 손을 잡은 것에서 비롯된 사랑은 20년을 넘게 이어져 오면서도 주인공 남녀는 섹스에 대해서만은 한없이 즉흥적이다. 보통 사랑이라는 감정이 태어나기 위한 여러단계는 다 생략되었다. 스탕달이 쓴 "연애론"을 보면 사랑이 무르익는데는 7단계가 있다고 한다. 물론 그 단계별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하루의 소품정도로 여겨질만한 잠깐의 사건이 20년간 이어지는 사랑이 된다는 것... 출발은 지극히 인스턴트식품이지만 지속성은 슬로푸드랄까... 물론 작가는 그 인스턴트적인 사건의 개연성을 위해 둘사이의 유사성을 준비해두고 있지만 여전히 이질감이 없잖다.  그러나 그들의 섹스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유부녀와의 사랑없는 정기적인 섹스, 큰일을 치른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처음보는 늙은이를 찾아 하룻밤의 섹스를 즐기는 모습... 심지어는 근친상간에 가까운 표현들 소설의 인물에게 섹스는 사랑따위와는 완전 별개의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 정도, 무슨 종교의식같이 표현된다. 사랑이 먼저냐 섹스가 먼져냐를 두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 두가지는 분명 끈끈한 연계성이 있음에도 하루끼는 철저하게 두가지를 분리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2권의 중반부를 읽으때 쯤에는 나역시 정말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마지막의 이질감은 소설의 핵심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1984년과 1Q84년 사이의 이질감. 소설속 두 세계 1984년과 1Q84년은 달의 갯수로 비교된다. 그렇다고 그게 무슨 물리학이나 SF소설의 평행우주와는 다르다. 그들에게 두 시간의 이질감은 바로 달의 갯수로 표현된다. 어느날 문득 하늘을 봤더니 달이 두개더라. 하지만 미쳤다는 소릴 들을까 싶어 누구에게도 물어보지 못고 그 세계를 "1Q84년"이라 이름한다. 1984년이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세계라면 "1Q84년"은 우리세계와는 전혀 이질적인 새로운 세계다. 심지어 그 세계는 주인공 덴고의 손을 통해 만들어진듯한 암시도 나온다. 만들어진 세계, 그로 인해 탄생한 이질감...

조지 오웰의 1984년이 모티브가 된것은 확실한 것 같다. 그의 Big Brother이미지가 어딘지 모르게 소설속 리틀 피플에 부여된 느낌은 누구라도 알 수 있지만 이번에도 하루키는 막연한 결말을 남겨두었다. 마치 속편이라도 나올 것 같은...
하지만 그 막연한 결말은 단순한 속편의 예고라기 보단, 결론이 중요한 소설이 아니라 첫페이지와 마지막 페이지사이의 네러티브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의 증거가 아닐까 싶다. 사실 이 소설의 속편이 나온다면 미드에나 어울리지 않을까... 언제나 그런것은 아니지만 역시 그의 소설은 결말은 없고 마지막 페이지가 있을 뿐이었다.

 
책을 덮으며 세상이 변하듯 하루키도 변해간다는 느낌...
(이미 환갑이 다되어가는 하루키옹에게 자꾸 하루키라고 부르는게 민망하지만 나이는 뭐 숫자에 불과하니까...)

어째거나 상실된 세계가 혼돈의 시절을 넘어 이제 이질적 새로운 세계로 다시 태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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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深心... Joop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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