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게 해산물을 못먹는 주제(심지어 해산물에 알러지까지 있다.)에 난 바닷가에서 태어났다.
패잔병의 모습으로 간만에 찾아간 고향, 아버지께서 간만에 귀향에 준비해두신 낚시여행. 이미 고향은 내가 자라던 시절과는 판이하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의 모습보다 더 휘황찬란하게 변했지만 차로 40분여를 달리자 어린시절 그때와 쏘~옥 빼닮은 풍경이 나온다.
세파에 지쳐 쉬러 내려간 내가 뭔가 노동(?)을 한다는 느낌에 약간은 짜증이 섞였지만 간만에 아버지와의 여행 그리고 낚시 뭐 그까이꺼 대충 미끼 끼워서 낚시대만 던지고 도란도란 담소, 독서, 음악감상이나 하면 되겠지 싶어 따라 나섰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사진에 찍힌 배처럼 엔진이 달린 배를 탈거라 예상했지만, 뜻밖에 노를 저어 바다로 나가야했고 낚시터까지는 노를 저어 약 1Km정도 연로하신 아버지가 노를 저을 수도 없고... 헥헥...
그래도 낚시대를 드리우면 끝이려니... 그러나... 추에 달린 낚시줄이 바닥에 닿자 마자 입질해대는 고기... 두번 던지면 한번은 잡혔고 한번 던지면 낚시줄은 5분이상을 바다속에 있지 않았다. 그옛날 강태공의 '세월을 낚는다'는 그말.... 거짓말이었다. 무슨 오징어배 끌려가서 노동하듯 5시간동안 미끼끼우고 낚시줄 던지고 물고기 낚고... 입에서는 단내, 겨울임에도 온몸에서 땀이 흠뻑... 2시쯤되었을까 배에 달린 수조속에 물고기가 한가득... 물반 고기반이랬던가? 이건 숫제 물1/4, 물고기 3/4다. (나중에 바다에서 나오면서 세어보았는데 잡은 물고기 수가 100마리가 넘는다.)
점심은 좁은 배위의 라면파티로 때우고, 해가 뉘었뉘었할때쯤 바다에서 나왔다. 기대했던 아버지와의 담소는 커녕, 갖구갔던 책은 바닷물에 흠뻑..MP3는 점퍼주머니속에 그대로 들어있었다. 하지만 배에서 나서는 순간 왠지 모를 뿌듯함...? 아버지가 슬쩍 내 표정을 보시고 웃으신다. 나도 따라 웃는다. 1년이 넘게 대화를 나눈 기억이 없었던 아버지였지만, 그래서 할말이 서로 참 많을 것 같았지만 그 웃음 하나로 모든게 다 소통된 느낌이랄까...
"아버지, 오늘은 남해, 담에는 인천앞바다로 한번 나가요~!"
세월을 낚지 못하고 물고기만 실컷 낚은게 다가 아니라 아버지의 낚시질에 완전히 낚여 버렸다.
벌써 낚시대 끝으로 전해오는 손맛이.... 아... 안되는데... ㅋㅋ
PS: 음악은 내가 태어난 날 버스안에서 아버지가 들으셨다던 "세빌리아 이발사의 서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