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2009/12/15 03:39
대학 졸업반 시절 우연한 기회로 동네 라틴바(Latin Bar)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그해 초반에 실연하고 머리 박박깎고 술에 쩔어 살던 시절. 우연히 도저히 그런 좁아 터진 동네에 있을거라고 상상되지 않는 바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손님이었지만 어느새 칵테일을 직접 만들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술이 좋았던 건 아니다. 그렇다고 바의 분위기를 좋아했던 것도 아니다. 더욱이 돈벌이가 되어서도 아니다. 바의 안에 서있는 그 작은 자만감... 그게 좋았다. 모두가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세상에 잠시나마 그들의 배경이 될 수 있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오늘 우연찮게 보게된 드라마에서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밥집(메시야). 보잘 것 없는 허름한 세상의 주인공들이 세상에 한참 찌들어가는 12시에 문을 열어 그들이 다시 주인공이 되는 7시에 문을 닫는 식당을 배경으로 한편한편 마치 흑백영화 같은 스토리들이 흘러간다. 문득문득 눈물도 흘리고... 정말 오랜만에 행복한 웃음도 지어보고... 한편한편마다 스쳐가는 주인공같은 사람들에게가 아니라 그저 그들을 소리없이 바라볼 수 있는 주인장이 된것 같아 너무도 행복한 기분이 드는...

영혼을 잠식한다던 그 불안... 주인공이고 싶지만 그렇지 못해서 밀려오는 그 불안감이 잠시나마 잊혀지며 대학 졸업반 시절 그들의 배경이 되어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의 행복이 밀려온다.

드라마를 소개한 글에서 배만 고프게 할거라더니... 마음까지 고프게 하는구나...
비워감에 대한 행복. 덕분에 익숙치 않은 행복에 젖어본다.

아래 음악만으로도... 좋아좋아좋아...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Posted by 深心... JoopKim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덜익은 人

    신기하네요~
    제가 좋아하는 만화책이 심야식당입니다. ㅎㅎ
    이래저래 사람들한테 추천까지 했더랬죠. 사주기도 하고..

    밤에 읽으면 출출해지는 단점이 있지만. 만화는 흑백이라 많은걸 느끼게 해주죠.
    여튼 반갑습니다^^

    2009/12/18 17:58 [ ADDR : EDIT/ DEL : REPLY ]
    • 원작이 만화였군요...^^
      놀면서 이래저래 드라마를 많이 보고 있는데 옛날 생각을 자아내는 드라마라서...
      만화도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2009/12/19 14:04 [ ADDR : EDIT/ DEL ]